Hyunjung Ro

가방은 작은 집

처음 방이 생긴 날이었다. 오빠는 바닥에서, 나는 처음 생긴 나만의 침대에서 잠을 청하는 첫날이었다. 본래 초등학교에 들어가는 오빠를 위해 주문한 침대였지만, 잠버릇이 심한 오빠가 매일 밤 침대에서 떨어지는 덕분에 내 차지가 되었다. 나는 연두색과 갈색이 교차하는 체크무늬 이불을 탁탁 치며 구겨지지 않게 펼치고, 같은 무늬의 베개도 주름지지 않게 몇 번 쓸고서 조용히 ‘내’ 침대에 누웠다. 행복감이 마구 샘솟는 것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게 마음속으로 활짝 웃으며 눈을 감았다.

그때였다. 바닥에 누워 있던 오빠의 다리 한쪽이 허공을 가르며 이리저리 흔들렸다. 책상과 의자에 쿵쿵. 침대에 쿵쿵. 공주님처럼 자는 건 이미 요원해졌고, 그나마 남은 차분함을 유지하기 위해 이마를 한껏 구기며 인내하기 시작했다. 머릿속으로 지금 침대 속 내가 얼마나 편안하고 기쁜지 생각하려고 했지만, 쿵쿵거리던 소음은 갑자기 꽉 막힌 듯 침대 아래에서 나기 시작했다. 똑똑. 킥킥. 똑똑. 킥킥.

“자? 자냐구~”

오빠와 같은 방을 쓰는 건 오래가지 않았고, 함께 밤늦게까지 만화를 보는 재미보다는 내 공간을 갖는 자유가 훨씬 좋았다. 방이 처음 생겼던 해, 아끼는 가방을 잃어버렸다. 큰 이사를 앞두고 선물 받은 수첩, 볼펜, 손수건이 전부 들어있었다. 주변 지리를 익히려고 부모님을 따라간 대형마트에서 잠깐 고객센터에 들렀고, 가방을 깜빡 두고 온 것까지만 기억났다. 친구들의 이별 선물과 추억까지 잃어버린 아홉 살 어린이는 한동안 가방을 넣어두던 장롱 한쪽을 멀뚱히 바라보거나, 말수가 줄어들었다.

내가 유독 집착한 물질은 두 가지였다. 방과 가방. 방의 평면도를 몇 번씩 그리면서 책상, 침대, 책장의 위치를 계속 바꿨지만, 가구가 바뀌지 않는 이상 큰 변화는 없었다. 하지만 가방은 달랐다. 안에 무엇을 넣느냐에 따라 기분이 달라지고, 갈 수 있는 곳이 달라졌다. 누군가 들이닥치는 방보다도 안전했다. 가방은 나의 것을 숨기고 간직할 수 있는 작은 집이었다. 정확히 하자면 나는 가방보다 짐 싸는 게 즐거웠다. 자기 전에는 머리맡에 손수건으로 보따리를 만들어 두고, 짐을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되면 유달리 신이 났다. 지금도 다르지는 않다. 떠나려고 짐을 싸는 게 아니라 점점 더 작아지고 싶어서 짐을 쌌다가 풀기를 여전히 반복한다.

사는데 왜 이렇게 필요한 게 많은지. 이젠 필요한 것만 추리고 추려도 이사 박스 몇 개는 금방이다. 골을 울리는 알람 소리가 싫어서 서서히 불이 켜지는 알람 시계를 사고, 물건을 가지런하게 정리하려고 수납함을 산다. 모든 것이 배보다 배꼽이 큰 소비로 이어진다는 것에 찝찝함을 느끼면서도 하나둘 채워가는 안정감을 좋아한다.

무작정 밖으로 나가는 날에는 늘 수첩, 볼펜, 지갑을 챙기고선 우연한 만남과 긴 외출을 상상한다. 여기를 벗어나 어디든 갈 수 있다고 믿으며 가방을 싸는 마음도 내용물도 아홉 살 무렵과 비슷하다. 머리맡에 보따리를 두고 자던 때처럼 매일 작은 집을 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