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yunjung Ro

그냥 하는 거야. 라고 퉁치는 것들

스무살에는 문헌정보학과를 들어갔었다. 그 다음에는 빨리 돈을 버는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서 2년제 실내디자인학과를 갔다. 그 다음에는 건축학과에 갔고 이 중 졸업한 학교는 하나 뿐이다. 매번 나름의 이유를 가지고 있었고 그건 나만이 알고 있다. 굳이 선택들을 설명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또 스스로 납득하고 명분이 없으면 도무지 다음 챕터로 넘어갈 수가 없는 천성이 종종 짜증났기 때문에 말할 기운이 없기도 했다.

늘 결정에는 돈이 없어서, 내 미래를 내 힘만으로 책임지고 싶어서, 결국은 돈이 많이 드니까로 마무리되는 류. 여러 가지 이유 중에 가장 큰 건 돈, 돈, 돈... 그렇지만 이번에는 모아놓은 전부를 털어서라도 무언가를 자꾸 돈 때문에 포기하고 유예한다고 생각하기를 그만두고 싶었다. 그냥 온전히 선택을 끝내는 것에 집중하고 싶었다. 학교 다닐 때 제일 괴롭던 건 우울증도, 남들의 평가도 아닌 내가 무용한 사람이 된다는 하나의 공포감 뿐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그게 무슨 대수냐는 마음이지만 그 때는 그게 나한테 너무 중요했다. 과로는 신체적인 고통과 심적인 위안을 같이 주었다. 대학 졸업할 때는 다 모르겠고 꿈 좀 쫓아보자 하며 얼렁뚱땅 건축학과 갔지만 오티 다녀오고 첫 주에 그만뒀다. 한 번 자퇴가 힘들지 두 번은 일사천리다. 사실 처음도 어렵지 않았다. 어쩌면 늘 그만둘 준비를 하고있었나?

지난 2년도 내게 너무 필요했다. 묘하게 아다리가 안 맞는 희망 사항과 삶을 쳐다보기 싫었고, 자격증 같은 거 참 별 거 없다는 생각. 글이나 컨텐츠로 밥 벌어먹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와 궁금증... 뭐 하나 뾰족하게 다듬어진 생각은 없지만 나는 여전히 젊고 다 직접 느끼고 해보면서 알게 된 점만큼은 참 좋다. 그 과정에서 만난 좋은 친구들은 말할 것도 없고!

아무튼 그러니까.. 내가 다시 학교에 가는 이유는....

비수도권 출신으로 늘 지역살이, 동시에 내가 원하는 곳에서 살기라는 목표가 있었다. 서울은 당연하고, 십년 넘게 살고 있는 용인에서도 타인의 세계에 침범한 기분을 느낀다. 내가 선택하는 정서적, 물리적 고향을 만들기 위해서 삶을 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현실적인 문제로는 지역살이에서 연고의 중요성을 느끼지만 지금 현 상태로 연고를 만들 길이 없어 보였다. 또한 지역 취업이 쉽지 않고. 가장 쉬운 방법은 학교. 하지만 계속 학교를 회피한 이유는 소속에 대해 느끼는 반복적인 역겨움이었다. 마땅히 소속감과 자긍심을 느끼라고 강요받는 환경이 징그러웠지만 잠깐이나마 회사를 다녀보니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히려 그 안에서 또 다른 자유를 찾고 여러가지 배출 방법을 찾는 게 더 현명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교에 묶여있는 게 아니라 살짝 발만 담근다는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나는 이제 지역 활동을 하겠다는 목적과 목표가 생겼다. 돈이 아니라 젊음이 아깝다. 더 많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친구들을 믿고 그냥 해보면 좋은 경험이 되겠지. 또 이 과정과 방법에 내 솔직함을 더하고 싶다는 용기가 조금씩 움튼다. 이 마음들은 온전히 올해 만난 사람들 덕분이다.

세 줄 요약

1.삶의 중심을 만들기 위한 공간—정서적·물리적 고향을 찾기 위해

2.지역 활동을 위한 발판으로서

3.소속을 다시 탐색하기 위해(도피가 아닌 실험으로서)

그리고 사실 이 모든 것은 나를 위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