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지와 현정 사이에서
나의 태명이자 첫 이름은 희지였다. 하지만 너무 받침이 없는 이름은 발음이 흘러서 좋지 않다는 할머니의 의견으로 (그녀는 기독교인이다.) 출생 신고를 하며 나의 이름은 현정이 되었다. 희지는 현정이든 어질고 곧게 커야 할 것만 같은 부담이 된달까? 물론 그렇게 모범적인 삶을 살고 있지는 않지만 종종 이름을 생각할 때 가족이 생각하는 나에 대한 사랑이 좀 맹목적이지 않나, 하는 미련한 생각을 한다.
작년부터는 내 이름을 대체할 무언가를 계속 찾았던 것 같다. 녹음이라는 닉네임을 쓰기도 했고, 어쩔 때는 그게 마치 내 이름처럼 익숙해지기도 하며. 내가 지은 나의 이름에는 곧음보다는 푸름이 있었고 스스로 그것을 선택하고 취소할 수 있다는 사실이 기쁘다. 그렇지만 내 이름을 좋아하지 않는 마음이 커져가는 것을 느끼고 나면 왠지 죄책감을 느낀다. 특히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이름을 조금 더 많이 불리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작년이 내게는 아주 기쁘고 슬픈 한 해였다. 좋은 친구들을 많이 만났고, 주변에 아픈 사람이 많아졌다. 언젠가- 하며 미루던 일들이 어쩌면 할 수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고 사라진 친구들 생각을 많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