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쓰는가
나는 정말로 왜 쓰는가. 쓰기와의 기억이 좋았던 적이 많지는 않다. 바로 떠오르는 것도 왜 쓰는가 보다 왜 안 쓰는가에 가까운 기억이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국어 선생님은 내 독후감이 도대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했다. 젠장, 그게 그렇게 중요한가?
더 깊이 들어가면 8살의 기억이다. 여름방학 숙제인 일기와 독후감 쓰기를 하나도 안 해 간 나는 덜덜 떨며 손바닥을 맞았다. 할 말이 없던 초등학생은 읽고 또 읽으면서 절대 쓰지는 않았다.
쌓인 일기를 버려야겠다며 절대 버리지 않는 사람들을 질투한다. 불태울 무언가가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들은 켜켜이 쌓인 일기를 읽으며 언제든 자신을 복습할 수 있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과거의 나를 설명해주길 내심 바라면서 일기를 좀 써둘 걸 후회한다.
그런데 왜 지금은 계속 쓰는 걸까. 더 이상 글을 검사받지 않아서일까. 글을 보여줄 누군가를 스스로 찾아가겠다고 믿어서일까. 언젠가 여덟 살의 여름방학처럼 영영 쓰기와 멀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게 쓰기란 지금은 가까워도 언제든 잊어버릴 수 있어서 그냥 지금의 삶에 불쑥 누군가가 들어온 것처럼 느껴진다. 내내 쓰지 않은 내게 이제 좀 쓰라는 재촉을 받은 것처럼 어느 날 갑자기 쓰기 시작한다.
내 일기는 스물한 살부터 시작한다. 다시 읽으면 실소가 터지고 버릴까 말까 고민한다. 불태울 종이 뭉치를 질투하던 내가 꾸준히 나만의 불쏘시개를 만든다. 계속 쓸지, 안 쓸지, 태울지, 안 태울지 여전히 몰라….
하자글방에서 쓴 첫 글